매거진 상세 이미지

바다와 함께하는 사람들 : <오늘의 파도를 잡아>착실한 하루하루의 유희, 서핑타는 카피라이터 현혜원 작가

FEATURE STORY
2

 

“자기가 정말 사랑하며 살아갈 삶의 조각은 어쩌면 그 바깥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찾을 때까지 우린 경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 <오늘의 파도를 잡아> 231.p 

서핑을 만나기 이전과 그 이후의 삶을 솔직하게 담아낸 그녀의 에세이<오늘의 파도를 잡아>는 담담하지만 찬란한 일상의 장면들을 펼쳐 보여준다. 자신을 파워 대문자 ‘E’라고 소개할 만큼 밝고 당당한 작가 현혜원에게도 어두웠던 과거는 있었다. 타인의 말 한마디에 속절없이 무너졌고, 자신을 사랑하는 건 평생 할 수 없는 행동이라 생각했던 그녀.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서핑이 인생을 통째로 바꾸어 놓을 줄 알았을까! 서퍼들에겐 ‘오늘의 파도’가 존재한다. 오늘의 파도란 인생에서 다가오는 좋은 기회와도 같다고 말한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도 오늘의 파도가 존재하기를.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작가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퍼로서는 8년 차 그리고 제일기획에서 10년 차 카피라이터로 일을 하고 있는 현혜원입니다. 최근 서핑을 하며 마주한 풍경과 생각, 삶의 변화를 담은 에세이 <오늘의 파도를 잡아>를 출간하였습니다. 반갑습니다.


서핑이 삶에 들어오기 전과 후 달라진 삶, 그리고 ‘나’는 어떻게 바뀌었나요?

옛날에는 남의 시선을 정말 많이 의식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시티나 수영복도 못 입고, 내 몸이 너무 뚱뚱하고 부끄럽다고 생각했어요. 20대가 돼서 가스라이팅 하는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 정말 제 자존감이 밑바닥까지 갔었어요. 하얀 블라우스에 H라인 스커트 그리고 약간 비치는 커피색 스타킹, 구두는 검은색에 앞코가 뾰족한, 제가 입는 옷은 물론 생각하는 것까지 전부 간섭하기 시작했어요. “너는 올바른 판단을 못 하는 애야.” “넌 정말 비효율적으로 생각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끊임없이 주입시켰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 자신을 사랑하는 건 평생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할 정도였어요. 

그러다 서핑을 만난거에요. 서핑을 시작하면서 서서히 ‘난 되게 멋있고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생각과 함께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요즘은 옷을 입는 게 다행일 정도로 회사에 출근할 때도 가볍게 걸치고 가요. 저 자신을 응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을 향해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된 거 같아요. 

그 과정에 서핑은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하시다면 이 인터뷰를 보시고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웃음) 


8년 차 서퍼라고 하셨는데, 서핑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시작은 엄청 단순했어요. 우연히 잡지에서 발견했는데 너무 재밌어 보이는 거에요. 단순히 그 생각 하나로 양양으로 갔는데, 그 첫날에는 날씨가 너무 별로고 바다도 너저분했어요. 파도도 크게 느껴지고 물도 무서워하다 보니 그날의 기억이 워낙 안 좋아서 다시는 서핑을 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했죠. 그리고 일 년 정도 지난 후에 날씨도 좋고 적당히 파도가 있던 날 한 번 더 시도했다가 지금까지 서핑을 타고 있습니다. 


숏보드를 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파워풀한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숏보드가 눈에 들어왔어요. 너무 재밌는데 그만큼 힘들어요. (웃음) 초반에 롱보드를 타다가 서서히 사이즈를 줄여나갈지 한 번에 줄어야 할지 엄청 고민했어요. 그때 주변 친구들이 바로 줄이라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갔다가 3개월 동안 보드 위에 일어서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그때 정말 우울감이 장난 아니게 찾아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지금은 실력에 맞춘 보드를 타며 천천히 나아가는 중이에요. 제가 8년 차라곤 했지만 사실 서핑이 연차가 중요한 운동은 아닌 것 같아요. 바다에 얼마나 들어가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파도를 마주했는지가 중요하다 생각해요. 



이번에 새로 출간하신 <오늘의 파도를 잡아>가 독자분들에게 어떤 책으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이 책에 디자인과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편집자님께서 이 책을 들어 올릴 때 ‘하나의 파도 조각’을 들어 올리는 것 같았으면 좋겠다 말씀하셨어요. 그 말이 제 마음에 와닿아서 그 이후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 책은 하나의 파도 조각과 같아”라며 이야기를 하고 다녔어요. (웃음) 이 책을 읽는 모든 분의 마음에 겨울이 오고 힘든 순간이 찾아왔을 때 엄청 크고 대단한 존재는 아니지만 파도 한 조각, 햇살 한 줌이 힘든 날에 조금이라도 따스함을 줄 수 있는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렇게 책을 써놓고 보니까 너무 도 닦은 사람처럼 좋은 이야기만 써 놓은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물론 이전의 일상보다 더 나은 오늘을 살고 있지만 사실 아직도 제 자신이 미워질 때가 있고 무너지는 순간이 있어요. 그런데도 우린 다 같은 노력을 하고 있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 흔들리고 속상한 일이 있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거라 믿어요. 

‘오늘의 파도’는 오늘 ‘존재하는 파도’ 그리고 서퍼들이 이야기하는 ‘오늘 가장 좋은 파도’ 두 가지 뜻이 있잖아요? ‘오늘’을 살고자 하는 마음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세상에 똑같은 파도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파도를 잡고 즐겨야 된다 생각해요. 동시에 놓친다 해도 아쉬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파도는 어차피 또 올 테니까요.


계획했던 1년 반의 서핑트립을 앞두고 계시잖아요. 기분이 어떤가요?

원래대로라면 올해 떠나는 거였어요. 하지만 코로나와 결혼 준비로 내년으로 미루어졌어요. 솔직히 기대됨과 동시에 두렵기도 해요. 사실 저는 쿨하게 떠날 줄 알았어요. 솔직히 지금 하는 일을 재밌어하고 좋아하고 이렇게 만족스러운 직장을 다닌다는게 쉽지 않은 행운인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런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긴 여행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인해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 엄청 가난했던 적이 있었어요. 지금은 아버지도 저도 괜찮아졌지만, 구체적인 가난을 경험했었기 때문에 무섭더라고요. ‘나중에 또 그렇게 살면 어떡하지?’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이가 들어 죽기 직전 무엇을 가장 후회할까 생각했을 때 여행을 가지 않은 걸 가장 후회할 것 같았어요. 그리고 직장인 서퍼로서의 한을 풀고 싶은 마음도 약간 있고요.(웃음) 정말 눈치 안 보고 매일매일 바다에 들어갈 수 있는 삶을 꼭 한번 살아봐야겠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결국 나는 후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두렵더라도 나를 믿고 한번 가보자 마음먹었어요. 


파도가 없는 날, 작가님은 어떤 하루를 보내나요?

저는 되게 여기저기에 관심이 많아요.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때도 있고, 사진을 찍을 때도 있어요. 제주도에 있을 때 파도 없는 날에는 다이빙이나 스노클링을 하고 조용한 해변으로 가서 놀기도 하는데, 요즘은 훌라춤에 엄청 진지하게 푹 빠졌어요. 다음 달부터는 지도자 과정을 밟을 예정이고, 나중에 제주에 내려가서 훌라춤 스튜디오를 여는 꿈을 키우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엔 파도가 없는 날 춤을 추고 있습니다. 


훌라는 어떤 춤인가요?

훌라는 내 안에 바다를 꺼내는 춤이라고 해요. 내가 어떤 바다를 품고 있는지에 따라 모든 사람의 훌라가 다르고, 다른 춤이 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춤이라면 훌라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춤이에요. 그래서 모든 동작에 뜻이 있는데, 절벽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바람과 잔물결, 계속 밀려오는 파도와 같이 자연을 추는 춤이라서 그런지 서핑을 타는 제 마음과 너무 잘 맞았어요.


 

제주를 기록한 ‘계절창고‘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던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제 동생이 한국무용 댄서인데, 동생도 저랑 똑같이 재미있는 것을 찾아 하는 걸 좋아하는 거에요. 그래서 본인이 처음에는 ‘계절’이라는 주제로 댄스 필름 작업을 계속해오다가 이걸 가지고 공연과 이벤트를 열어보면 어때? 라고 제안을 해왔고, 그게 ‘계절창고’의 시작이었어요. 일 년 동안 모든 계절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가 동생은 춤을 추고 저는 사진으로 찍었어요. 그걸 이제 어디서 보여줘야 할지 고민하다가 아빠를 몰아내고(웃음) 아버지의 귤밭에 있는 창고를 비우고 그 안에서 사진전과 공연을 진행했어요. 신기하게도 아버지가 한 번도 전시나 공연을 본 적이 없는 분인데 감사하게도 저희의 기획을 이해하고 잘 따라와 주시고 원하는 대로 공간을 만들어주셨어요. 그렇게 아버지까지 포함된 가족 프로젝트 ‘계절창고’가 열리게 되었어요.

 

앞으로 서퍼로서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어떤 파도라도 감사하게 탈 수 있는 서퍼가 되고 싶어요.아직까지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파도 하나에 일희일비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가끔은 바다 위에서 속상하거나 슬퍼할 때도 있지만 나중에 할머니 서퍼가 되었을 때 어떤 파도가 오더라도 웃으며 서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현혜원 작가 instagram @oneday.hyun_tala / Youtube

                 



Photo by Line.D  

Written by Sejan


인터뷰를 읽고 책에 대한 기대평을 남겨주세요. 


기대평을 남겨주신 분들 중 5명을 선정하여 <오늘의 파도를 잡아> 책을 보내드립니다.


이벤트 기간 : 8월 1일(월) ~ 8월 7일(일) 자정까지


자세한 내용은 WSBFARM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도서증정 이벤트 참여하러 가기 


0 개의 댓글

댓글입력
프로필 이미지